Chalet Travel

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스위스 여행, 샬레스위스

Home . 게시판 . 베스트여행기

창민과 수은의 "신혼 여행기"


[출국전 - 오사카 - 취리히 - 로잔]

출발 며칠 전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허걱~~ 주위에서 다들 만류를 하더군요. 위험하니 제주도나 가는게 어떻냐면서... 그럴 순 없죠. 평생에 한번 가는 신혼 여행인데 말이죠. 샬레에서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말을 하셔서 용기를 얻어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떠나기 전 한가지 걱정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행일정을 그리 꼼꼼히 챙기지 못했고 한 시간 정도 샬레에서 들은 여행에 대한 상담도 별로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그것 또한 마눌 없이 혼자 들은 것이어서... 일정이 어긋나면 몽땅 혼자의 책임이 될듯한 분위기 였지요. 평소 꼼꼼?한 성격임을 자부하던 나로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 모든 건 비행기 안에서 다 확실히 해두자!' 휘잉~~~ 드디어 비행기는 인천상공위로 날았던 겁니다.
잠시, 떠나기 전 상황을 이야기 하기로 하죠. 결혼식 날 피로연도 생략하고 서둘러 인천에 온 우리 부부는 튜브 속에 든 고추장이며 카메라 필름이며 주섬주섬 사서 챙기고 후다닥 옷이며 여행가방을 싸두었습니다. 그리곤 꿈나라로~~~
눈을 뜨니 이게 웬걸... 아침 일곱시였습니다. 뜨악~~ 10시에 비행기가 떠나는데 말입니다. 세수도 못하고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죠. 택시비가 3만원... 뜨끔한 순간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바로 나의 걱정거리가 현실로 드러났죠. 보딩 받기, 공항세 내기, 출입국신고서 쓰기...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습니다. 줄서서 들어 가려면 공항세 내고 오세요, 출입국신고서 쓰고 오세요, 여기가 아닙니다. 제 피앙세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지저귑니다. "도대체, 무얼, 준비나, 한거냐" 고... 암것두 못 먹어서 고픈 배를 안고서 그렇게 아시아나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닥칠 수많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머리 속을 까맣게 만듭니다.

비행기는, 그러나 참으로 좋더군요. 바로 맛난 음식을 타닥 내려주고 음료수도 휘릭 따라주고 말입니다. 오사카까지는 아주 상쾌한 비행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환승을 위해 일본인 스위스 항공 여직원이 조그만 팻말을 들고 서 있더군요. 유치원 소풍가듯 다섯 쌍의 신혼여행 커플과 한 명의 남정네(뭐하는 분일까 내내 궁금하더군요-_-;)가 졸 졸 그 뒤를 따라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 남정네 분은 나중에 샬레 스위스 홈을 보니 쓰리고 락이란 분이네요.^^; 부웅~~~ 다시 비행기는 떴습니다. 일본에는, 나의 걱정거리가 남겨졌습니다. 알 수 없는 한자들과 전철까지 다니는 거대한 공항에 아무런 준비도 없는 우리 부부가 다시 들러야 했기에...

벌써 외국에 온 듯 하군요. 스위스 사람처럼 생긴 승무원과 일본 승무원이 반반입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스위스 인으로 보이는(순전히 저의 생각입니다) 중년의 아저씨 승무원입니다. 합리적인 것이겠죠. 우리나라라면 뭐 관리직에나 있을 연배에 슥슥 잘도 서빙을 하는 군요. 그렇게 많은 일본인이 스위스로 가는지도 처음 알았죠. 제 피앙세가 이야기 하길 비행기도 스위스 항공이 아니라 잘 항공일거라 했습니다.

날개쪽의 마크도 스위스 항공은 아닌 걸로 판명되었습니다. 열 세시간 정도를 내내 먹을 것만 기다렸습니다. 참으로 지루하더군요. 자리는 왜 그리 좁은지 말입니다. 그래도 먹는 재미 하나로 버텼죠. 알고 보니 비행기 꼬리 쪽에는 항상 음료수를 비치해 두고 있더군요. 가서 맘대로 따라 먹으면 되는걸 알고는 늘 들락거렸습니다. 비행기안에서 여행일정을 꼼꼼히 살펴보려던 계획은 뒤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분위기라... 드디어 취리히 도착. 비가 내리는 군요. "우릴 환영하는 거야" 피앙세에게 말을 했습니다. 제발, 스위스도 스위스에 내리는 비도 우릴 환영하길 바라면서...

비내리는 취리히 공항 안을 이리저리 둘러 봅니다. 피앙세는 긴 비행의 여파로 멀미가 나려고합니다.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는 드디어 담배를...TT) 면세점을 살펴봅니다. 여기가 외국이군요. 머리 노란 사람들이 득실거립니다. 외국이 첨이라 그런지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신기하게도 갖은 신문과 잡지가 공짜입니다. 머뭇거리는 우리를 스치며 많은 사람들이 그냥 자판대에서 쓱쓱 뽑아가더군요. 용기를 내어 신문과 잡지 하나를 그냥 들고 갑니다. 공짜는 너무 좋습니다. ^^; 제네바 비행기가 연착이더군요. 8시 비행기를 9시에 타게 됩니다. 스위스는 모든 것이 정확할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제네바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로잔까지 가야 하는 우린 조마조마한데 이 곳 사람들은 너무나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다시 기장이 뭐라 그럽니다. 대충 들으니 비행기 점검을 한다며 이곳 저곳을 체크합니다. '제발... 빨리 날아라 비행기야' 9시 반이 되어서야 비행기는 취리히를 벗어납니다. 30여분 후 역시 비 내리는 제네바에 도착.
간단한 출국심사. 심사관이 며칠 머물 거냐고 묻더군요. (못알아 듣고) "우린 허니문 왔다(보면 모르냐)" 다시 며칠 있을 거냐고 물어보는군요. "아이... 우린 허니문 왔다니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비행기표를 달라고 하더군요. 바로 뒤에 줄서 있던 피앙세가 한마디 합니다. 며칠 있을거냐고 묻고 있자나... 어우~~~ 그 쪽팔림이란... 벌개진 얼굴로 공항을 나섭니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피앙세가 말을 합니다. "그런, 간단한, 영어도, 못알아 듣니?"


10시가 넘어서야 기차를 탔습니다. 시차와 긴 비행으로 몸이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지더군요.
스위스의 기차는 비행기와 달리 정확하고 너무 편합니다. 샬레에서 들은바 대로 표를 미리 끊지 않아도 검표 원이 기차 안에서 표를 끊어줍디다.(신기하여라~) 이날은 스위스 패스를 끊지 않았다며 샬레에서 준 50sfr... 그러나 차표 값은 40sfr 입니다. 이 사실을 절대 샬레에는 이야기 하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을 합니다. -_-;

로잔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밤에 보아도 로잔은 아주 예쁜 도시입니다. 지친 몸으로 찾아간 우리의 첫 호텔인 Ala gare는 다행히도 역 근처에 있습니다. 숀 코네리 같이 멋진 수염을 한 디렉터 할아버지가 호텔의 로비에 서서 마치 영화처럼 "웰컴 투 로잔" 이라고 합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시설은 별로 이지만 정갈하고 전통이 있어보이는 곳입니다. 스위스 패스와 다른 호텔들의 바우쳐 등을 받고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조그만 객실이지만 커피포트가 있어서 커피며 차를 마음대로 마실 수 있어 좋더군요. 다른 호텔들엔 이게 없었거든요. 샤워를 하고 꿈나라로~~~

-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