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et Travel

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스위스 여행, 샬레스위스

Home . 게시판 . 베스트여행기

창민과 수은의 "신혼 여행기"


[로잔-몽투루-벤겐]

스위스에서 처음 맞는 아침입니다. 4층에 있다는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공짜로 주는 아침이라 그저 빵 쪼가리 몇 개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푸짐합니다. 호텔 식당에서는 항상 종업원이 와서 "커피 올 티?" 라고 묻습니다. 어딜 가나 똑같습니다. 그리곤 여러 가지 빵이며 치즈, 햄, 우유, 과일, 과자, 콘 후레이크, 잼, 삶은 달걀을 입 맛 대로 가져 다 먹으면 됩니다. 아주 많이 먹었습니다. 공짜는 항상 좋습니다. -_-; 과자 몇 개는 챙겨서 내려왔지요.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 합니다. 피앙세가 챙겨온 우의를 입고선 로잔의 거리로 나섰습니다. 아~ 아~ 너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조용하고 이국적인 거리를 걸었습니다. 커다란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노인들, 담배를 물고 바쁘게 걸어가는 여인들도 멋있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피앙세가 말합니다. 눈만 마주치면 이 곳의 사람들은 미소 지으며 인사를 한다고...
시험 삼아 지나가는 노인과 눈을 마주쳐 봅니다. 내 인상이 더러워서 피할 줄 알았더니 "봉쥬르" 라고 웃으며 인사를 하더군요. 아주 작은 소리로 말입니다. "헬로우" 라고 나도 답을 해줍니다. 역시 기분이 좋습니다.

올림픽 공원까지 걸어갔습니다. 비가 많이 내립니다. 작고 불편한 우의를 걸친 우리는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호텔의 프론트에서 우산을 팔더군요. 미노텔 이란 글자가 쓰인 파란 우산이 18sfr. 오옷~~ "익스펜시브!" 그러나 아쉬운 길에 하나 샀습니다. 그리곤 동전을 교환하고 팁으로 2sfr을 남겨둔 채 짐을 챙겨 호텔을 나왔습니다. 스위스는 영어를 잘 몰라도 괜찮은 나라입니다. 가장 많이 쓰인 영어가 땡큐, 익스큐즈 미, 디스?(무언가를 가리키며) 정도이니까요. 또 좋다고 느낀 건 여기 사람들은 많은 관광객들을 접해서인지 인종에 대한 차별이 없는 것처럼 느껴 졌습니다.

짐들을 모두 챙기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지하철을 타고 플롱 역까지 갔습니다. 한 정거장밖에 안되더군요. 거기서 본 구시가는 정말 운치가 있더군요. 유명한 교회가 아니더라도 건물 하나하나가 제 눈엔 다 멋져 보였거든요. 사진을 찍어가며 유명한 교회를 둘러보았습니다. 로잔의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엔 걸어보기로 했죠. 걷기 딱 좋은 분위기에 도시 자체도 조그만 했으니까요. 걷다 보니 빌 헬음텔 상이 보였습니다. 레만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정답게 자리한 빌 헬름텔 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걸었습니다.

씩씩하게... 걷다 보니 처음 보는 풍경과 처음 보는 전철역이 보이더군요. 허거덕~~~ 아주 다른 길로 빠져버렸던 겁니다. 피앙세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지저귑니다. "그러게, 지도를, 확인해, 보라고,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니?" 조금 당황스럽고 또 조금 두렵기도 하더군요. 여기서 길을 잃으면 다른 여행 일정이 다 틀어지지 않을까...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그만 전철역을 주시하니 다행히도 세 코스만 더가면 플롱역까지 갈 수 있더군요. 오옷... 무사히 로잔의 기차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감격 T.T

샬레에서 짜주신 일정보단 늦었지만 (이후론 거의 정해진 시간보단 늦게 다녔지요-_-) 기차를 타고 몽투루로 향했습니다. 스위스의 기차는 편안한 휴식공간 같습니다. 마주보게 되어있는 좌석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신발을 벗고 발을 쭉 뻗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차와 비슷한 건 수레에 먹을 것을 끌고 다니는 판매원이 있다는 것입니다. 점심 겸 해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먹으니 어느새 몽투루입니다. 늦게 도착을 했기 때문에 여기선 빨리 움직여야 했습니다. 코인 락커에 4sfr을 넣고 짐을 보관, 서둘러 유람선 선착장으로 가니 마침 배가 하나 도착을 하고 있습니다. 그 놈을 타고선 쉬옹성으로 향했지요. 유람선은 그저 그랬지만 호수와 주변 풍경은 정말 예술입니다. 멀리로 보이던 쉬옹성이 점차 커져옵니다.
유람선에서 내려 쉬옹성에 가니 입장료가 한 사람당 7.5 sfr입니다. 허걱~ 볼까 말까 망설였죠. 쉬옹성 앞의 조그만 기념품 점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을 하다가 결심을 굳힘니다. 이 먼 나라까지 와서 입장료 아낀다고 볼 것 안보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표를 끊으니 일본에서 왔냐고 묻습니다. 아니요~ 중국에서 왔냐고 묻습니다. 한국에서 왔걸랑요. 그랬죠. 쩝... 아직 우리나란 삼순위인가 봅니다.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말로 된 관광안내서를 줍니다. 아주 오래된 종이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70년대 풍의 글이 적혀있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안내서를 보며 샅샅히 성 안을 돌아다닙니다. 마치 내가 중세의 성주인양 성주 방에서 호수를 내려다 보고 으쓱한 사형대도 둘러봅니다. 여전히 비가 오락 가락 하는군요. 쉬옹성을 나오니 기차시간까지 한시간이 남았습니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기차역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아름다운 호숫가를 그냥 휭하니 차 타고 가긴 아쉬우니까요.
샬레에서 주신 안내서엔 걸어서 30분, 그곳에 적힌 푯말엔 걸어서 한시간... 잠시 고민을 하다가 샬레를 믿기로 했습니다. 느긋히 풍경을 머릿 속에 담습니다. 사진도 찍습니다. 머리 까만 아저씨가 영어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찰칵~ 찰칵~ "탱큐" 하며 웃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오며 '혹시 저 아저씨도 한국사람 아닌가~' 란 생각을 합니다. ^^; 사십분을 넘게 걸어도 기차역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 샬레의 안내서가 틀린 겁니다. 그곳의 푯말이 정확한 것입니다. 점점 걸음이 빨라집니다. 10분전~ 거의 뜀박질이 됩니다. 5분전~ 드디어 기차역이 보입니다. 서둘러 짐을 찾고 다행히도 기차를 탔습니다. 샬레의 안내서는 수정되어야 합니다.
역시나 편안한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풍경을 즐깁니다. 세 번 정도 기차를 갈아타니 인터라켄 동역입니다. 날은 컴컴해져 오구요. 시차 때문인지 저녁무렵만 되면 몸이 축 늘어집니다. 한국의 시간으로는 한밤중일테니까요. 라우트부루넨까지의 기차는 세 칸 정도의 작고 귀여운 등반 열차입니다. 어두운 곳에 떡하니 자리잡은 알프스가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조그마한 벤겐역에 도착합니다. 알프스 중턱이라 그런지 공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앙증맞은 호텔과 건물을 지나 우리가 묶을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했지요. 시간은 저녁 8시, 배가 고파오더군요. 호텔에선 7시 넘으면 저녁이 안 된다고 합니다. 다시 역쪽으로 걸어가며 식당을 찾습니다. 날씨가 꽤 쌀쌀합니다. 아마도 높은 지대이기 때문이겠죠. 스위스는 6시 30분만 되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습니다. 술을 파는 바만 빼고 말이죠. 식당이... 안보입니다. 슈퍼도 문을 다 닫았구요. 허걱~ 저녁을 굶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술로 배를 채울까 하던 중 다행히도 네온사인을 환하게 밝힌 예쁜 식당을 찾았습니다. 별로 편안하게 생기지 않은 아저씨가 메뉴를 가져다 줍니다. 괜히 이름이 친근해 보이는 나폴리 피자와 스파게티, 맥주와 물을 시켰습니다. 다행히도 음료를 따로 주문해야 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죠. 대충 계산을 때려보니 40sfr입니다. 뭐 이정도면 그리 비싼 것 같진 않군요. 나폴리 피자는 얇은 피자 판위에 꽁치 아님 멸치처럼 보이는 짠 물고기가 십자가 모양으로 놓인 음식입니다. 배가 고파서인지 맛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맛나게 먹었습니다. 피앙세는 느끼하다며 얼마 먹지를 못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웬 종일 빵과 밀가루만 먹었으니까요. 저는 웬만해선 식욕을 잃는 일이 없습니다. -_-; 대충 먹고 나니 이거 디저트까지 시켜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더군요. 그것까지 더하면 50sfr. 생각할 것도 없이 아저씨를 부릅니다. "bill, please!" 오케이 하는 아저씨. 그러나 가져온 건 맥주 한잔이었습니다. 허거덕~. bill과 beer의 발음 차이였을까요. 아저씨의 상술이었을까요. 아마도 시원찮은 저의 혀 놀림 때문이겠지요. 맥주를 원샷하고 다시 아저씨를 부릅니다. "No, desert. finished. bill, please." 최대한 정확한 발음을 하며 크게 말을 합니다. 겨우 계산을 끝마치고 호텔로 되돌아 옵니다. 피곤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맴돕니다. 내일은 드디어 융프라우를 오르는 날입니다. 제발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