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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민과 수은의 "신혼 여행기"

■ [벤겐-융프라우]
아침 7시에 눈을 뜹니다. 호텔에서 나오는 아침 생각을 하니 즐겁습니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갑니다. 역시나 종업원이 오더니 "커피 올 티?" 라고 묻습니다. 메뉴는 비슷합니다. 빵이며 치즈며 우유, 비스킷, 삶은 계란, 햄 등을 양껏 가져 다 먹습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아침을 먹으러 나오는군요. 그리고 나이든 서양 부부도 나오구요. 어딜 봐도 우리만큼 많은 접시와 음식을 가져 다 먹는 곳은 없군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공짜는 항상 좋습니다.^^;
서둘러 벤겐 역으로 향합니다. 바우처를 등반열차표로 바꾸고선 클라이샤이넥으로 오르는 기차를 탔습니다. 산을 오르니 설원의 장관이 펼쳐집니다. 더군다나 날씨도 너무 좋습니다. 우리가 앉은 좌석 맞은편에 한국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이드인듯 한 아저씨가 관광객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합니다. 귀를 쫑긋 세우며 듣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씨는 일년 중에도 몇 번 없다고 합니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날씨가 좋아서 너무 좋습니다. 열심히 듣다 보니 클라이샤이넥 역에 도착했습니다. 와우~ 다른 곳과는 달리 사람들이 아주 많군요. 융프라우 행 기차가 오니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사람들을 헤치며 겨우 기차에 오릅니다. 문쪽의 계단에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오릅니다. 중년의 외국인 부부도 우리와 같은 포즈로 계단에 걸쳐 앉아 있더군요. 그 아저씨와 몇번 눈이 마주칩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뭐 대충 오가는 그런 인사의 눈빛입니다.

그러다 그 아저씨가 결국 말을 걸더군요. 허걱~ "어디서 왔냐?" "한국에서..." "당신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왔다." 더 말을 하고싶은 표정의 아저씨지만 애써 무시를 했지요. 영어가 짧아서 -_-; 융프라우에 오르니 공기가 적어서인지, 고산 증 증세가 나타납니다. 어지럼증이 내려올 때까지 가시질 않더군요. 얼음 궁전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휴게소에서 7sfr짜리 컵라면도 먹으며 평생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기분을 만끽합니다. 여기는 한국사람이 참 많더군요. 직장을 관두고 혼자 배낭여행을 온 아가씨와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같이 돌아다녔습니다. 직장에서 트레이닝 비슷하게 보내줘서 왔다던 두 아저씨는 꼭 가족들과 다시 스위스에 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가씨도 아저씨도 한결같이 하는 말이 다른 곳보다 스위스가 참 맘에 든다는 말이었습니다. 참 뿌듯하더군요. 신혼여행으로 여기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다시 하면서 말이죠.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융프라우의 우체국에서 우리의 신혼 집으로 엽서를 보내고 스핑크스 전망대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고는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어지럼증으로 더는 있을 수 없더군요. 뭐 더 이상 볼 것도 없구요. 클라이네샤이넥에 내려서는 기차역에 있는 야외식당에서 커다란 쏘세지와 감자뽁음을 먹었습니다. 생맥주와 함께 먹는 그 맛~ 더할 나위가 없더군요. 쏘세지와 감자뽁음 각각 7sfr, 생맥주는 3.5sfr 가량 했습니다. 양이 안차길래 다시 쏘세지 하나와 무 삶은 거 비슷한 것을 한 접시 더 먹습니다. 무 비슷한 건 시큼한게 별로 입에 안 맞더군요. 조금 여유를 차린 우린, 오를 때와는 다른 길인 그린델발트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한 정거정만 가다가 되돌아 와야만 했습니다. 아~~~ 샬레스위스에선 어디든 마음대로 타라고 했는데 그 표는 오직 벤겐과 융프라우만 갈 수 있는 표였습니다. 허걱~ 배신감... 따지기엔 너무나 먼 곳에 와 있는 우린 다시 벤겐으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시간도 대충 다섯시를 향하고 있었고 몸도 피곤했기에 호텔로 되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저녁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슈퍼에서 간단히 해결하기로 하고 겸사겸사 벤겐 구경을 나옵니다. 찬찬히 둘러보니 어느 곳 하나 허투른 곳 없이 예쁜 마을 입니다. 사진을 찍으며 슈퍼에 다다르니 여섯시 반입니다.


어제는 저녁에 문을 닫은 곳이 하도 많아서 미리 문 닫는 시간을 봅니다. 현관에 적힌 클로즈 시간은 여섯시 반! 허거덕~ 서둘러 슈퍼안으로 들어갑니다. 설마 손님이 있는데 문을 닫기야 하겠습니까. 그러나 슈퍼는 분주합니다. 노상에 있는 것들을 거두어 들이고 문닫을 준비를 합니다. 카운터에 있는 아가씨는 우리가 계산을 하려 함에도 불구하고 퇴근시간이 되니까 바로 나가버립니다. 황당한걸까요. 아니죠. 정확한 것이겠죠. 주인 아저씨도 웃으며 그 카운터 아가씨를 보냅니다. 우리 나라에선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일과 과자, 음료수 등을 사서 서둘러 슈퍼를 나섭니다. 딸랑이 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소떼가 나타납니다. 오~~ 놀라워라. 시골은 시골인가 봅니다. 느긋하게 삼각대를 펼치고 둘러가며 사진도 찍고 예쁜 시골집 앞에서도 사진을 찍습니다. 해질 무렵 다시 호텔로 돌아와선 저녁을 먹고 벤겐에서의 하루를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