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et Travel

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스위스 여행, 샬레스위스

Home . 게시판 . 베스트여행기

정윤 미향의 "행복한 스위스 허니문"

Dreaming Switzerland (취리히-루체른-그란델발트-융프라우요흐-몽트루-체르맛-취리히)

(2월16일-출발일) 서울 출발-홍콩-스위스 취리히

설레는 가슴으로 스위스로 허니문을 떠나는 첫날.
흔히 가는 여름 휴양지로의 허니문보다 우리와 같은 계절인 겨울나라를 찾다가 과감히 떠나게 된 스위스. 사실 여유가 좀 된다면 한달 정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여유도 많지 않아 한나라만 택한 것이 스위스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서둘러 인천공항에 도착, 출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가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점심도 거른터라 공항에서 간단히 마지막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저녁7시 10분 KE607편으로 홍콩으로 향했다. 그냥 논스톱으로 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러나 가는 김에 중국 땅도 밟아보고 하는 거지 뭐... 비행기는 4시간을 날아 홍콩에 도착했다.
거의 자정을 향해가는 시간이라 공항은 조용했다. transit 표시판을 열심히 따라가니 스위스항공 부스가 나왔다. 보딩 패스를 받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여기서 첫 번째 실수, 출발층으로 가는 입구가 너무 후미진 곳에 좁게 있어 미처 보지 못하고 홍콩으로 입국할 뻔 했다는 것 아니겠나.

공안에게 물어보고서야 입구를 찾았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아무튼 올라가니 스위스 항공의 특색 있는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더군. 스위스 국적기를 보니 이제야 스위스로 향하는 것 같았다.


우리기 탄 비행기는 보잉 MD-11기종의 LX139편 비행기였다. 스위스 항공사도 에어버스 최신기종으로 비행기를 교체하고 있다는데 이 노선은 아직 아닌가 보다. 결혼식의 피로로 잠들만도 한데 여행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포도주를 몇 잔 먹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달빛(그날이 음력 보름 다음날이라...)에 비친 아시아 고원지대의 설경과 그 상공을 가르며 가는 스위스 항공의 이색적인 보조날개의 번쩍임에 취해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홍콩을 떠난 지 13시간 만에 독일 국경을 넘어 스위스에 진입,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2월17일-1일째) 취리히-루체른-그린델발트 (흐림)

현지시간 새벽 6시 경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는 정말 간단했다. 그래도 처음 해외여행인데 뭔가 물어라도 봐야지 말이야 얼굴한번 보더니 그냥 통과...
지하로 내려가 쿠오니에서 스위스카드와 숙박권을 받았다. 함께 스위스의 백화점격인 부켈러에서 협찬한 그린델발트와 체르맛 지도, 융프라우, 마테호른 안내서도 받았다.
취리히 공항은 공항 지하가 철도 플랫폼으로 되어 있다. 스위스 철도 체계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하는데 도착부터 그 집념(?)이 느껴졌다. 아무튼 20Sfr짜리 스위스 전화카드(5, 10, 20Sfr짜리가 있음)를 기차표파는 곳에서 사서 우리로 치면 KT격인 SWISSCOM 공중전화부스(여기서는 유료로 이메일도 보낼 수 있게 되어있다.)에서 집에 전화도 하고, 서로의 흉한 몰골을 화장실에서 급하게 수정하며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를 타러가는 길목에 스위스 카드를 찍는 오렌지색 기계가 보였다. 굉장히 단순한 원리지만 뭐든지 신기한 우리 커플은 열심히(?) 카드를 찍었다.
열차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한국에서 왔냐며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스위스에서 만난 첫 번째 한국사람. 선생님이라던데 프랑스 쪽으로 산악등반을 왔단다. 그분이 떠나고 우리가 탈 열차가 도착했다. 스위스의 열차시간은 정말 정확하다. 7시 43분에 취리히 중앙역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10분 후 도착한 중앙역은 생각했던 것 보다 무척 컸다. 우리가 도착한 플랫폼이 15번이고 갈아탄 플랫폼이 53번이니 말다했지... 두 번째 열차는 자동문 달린 2층 열차다. 짐도 무거웠지만 기어이 2층으로 올라 첫 번째 여행지 루체른으로 떠났다.
하루를 시작하는 스위스의 풍경이 무척 평온해 보였다.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날은 좀 흐려있었다. 스위스는 산도 많지만 호수도 많은 나라다. 가는 길에 길게 펼쳐지는 취리히 호수의 아침 정경도 참 아름다웠다.
루체른은 어떤 곳일까.


드디어 루체른에 도착. 날씨는 걱정했던 데로 무척 추웠다. 날이 흐린데다 바람까지 불어서... 게다가 거의 만 하루를 씻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더욱 춥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 아무튼 날씨가 아무리 나빠도 달콤한 허니문을 방해할 수는 없는 법. 루체른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루체른 역은 한 구간의 종착역답게 호수를 향해 기차가 가다가 멈춰선 형국을 하고 있다. 스위스의 교통체계는 이곳에서 배편으로도 루체른 호에 있는 Weggis, Vitzau 등으로 연결한다. 은하철도999의 종착역처럼 열차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인상역인 루체른 역, 먼저 코인 락커부터 찾았다. 락커는 역 지하에 줄지어 있었다. 그런데 코인락커는 있는데 코인이 없군... 잔돈을 바꾸러 상점에 두 군데나 갔는데 아침이라 잔돈이 없다고 표파는 곳에 가서 바꾸라는 군. 표파는 곳에 가면 쉽게 바꿔준다는 것은 알았는데 영어시험 좀 하겠다고 나서다가 또 실수. 아무튼 큰 칸에 6Sfr을 넣고 짐을 맡긴 후 여행을 시작했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역청사에 있는 Information부터 들렸다.(I는 역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있음) 본인이 어디를 가면 지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지라 무료지도가 어디 있냐고 묻고 종류별로 다 챙겼다.(아내는 이런 내가 재밌나 보다.후에 나오겠지만 몽트루에서는 I가 문을 닫아 지도를 못 챙겨 아쉬워하는 나를 따뜻하게 위로도 해주었지만) 지도뿐만 아니라 문화, 도시정보, 주변여행 정보 등이 보기 좋게 잘나와 있었다.

그중에 City guide의 지도가 괜찮다. 왜냐하면 루체른에서 주로 볼 곳들이 붉은색 선 루트로 잘 표현해 놓았기 때문이다. 초보라면 이 루트대로 따라가면서 관광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날씨 탓에 지도 들고 다니는 것이 춥다는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필이 느껴지는 대로 돌아다녔다.



우리는 역 광장을 지나 역거리(이쪽말로 Bahnhofstrasse)따라 걸으며 카펠교와 만났다. 루체른이 정말 좋았던 것은 중세풍의 도시만이 아니었다. 누구는 중세와 현대의 조화라고 루체른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것만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루체른의 삶의 풍경들이 좋았다. 나나 아내는 적막한 관광지보다 이런 사람냄새가 나는 삶의 풍경이 좋아한다. 무엇보다 도시의 아침풍경이 참으로 아름답고 포근했다. 역사적인 카펠교로 관광객이 아닌 출근하는 또는 아침을 맞는 루체른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 유적을 실제 다리로 이용한다는 자체만이 아니라 역사와 현재의 삶이 함께 숨쉬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좋았다. 구시가지 카펠 광장의 분수대에서 삼각대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로는 아침배달을 하는 트럭이 서있고 사진 찍는 우리는 보며 키득대고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모습도 싫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이에 버금가는 문화유적이 많다. 그러나 서울의 국보1호 숭례문만 하더라도 바라보는 대상이지 삶의 한부분이 되기에는 왠지 거리가 멀다. 숭례문의 문을 열어 흥인지문의 문을 열어 자유로이 서울시민이 다니는 길을 만들면 어떨까.
구시가지의 Kornmarket이며 Weinmarkt, Hirschenplatz도 둘러보며 구시가지 곳곳을 돌아 예수교회를 바라보며 슈프로이어 다리도 건너며 루체른을 즐겼다. 소개된 Town Hall은 공사중이더군. 시간이 되면 무제크 성벽을 따라 거니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 멀리감치 바라만 보다가 빈사의 사자상 가는 길 쪽의 성탑만 계단을 따라 넘었다.
루체른은 쇼핑의 천국으로 보였다. 구시가 곳곳마다 웬 상점들이 이렇게 많은지. 관광도시는 관광도시인가 보다. 발리, 구찌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명품 매장들도 즐비하고... 몸을 녹이기 위해 한 쇼핑센터 건물에 들어갔다. 간 김에 화장실도 이용했지. 참고로 루체른역 화장실은 유료다. 아무리 급해도 유료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영... 중간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유료가 아닌 것 같으니 참고하시길...(지도에 화장실이 잘 표시되어 있다.)

빈사의 사자상은 생각했던 것 보다 초라한 듯도 했지만(우리가 너무 일찍 가서 인지 청소부 아저씨들이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정말 멋진 조각이었다. 역사의 흐름으로 본다면 반혁명적 성격의 작품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실로 숙연해지기에 충분했다. 프랑스혁명의 격동의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고... 아무튼 참 감동적인 조각이었다.
빈사의 사자상에서 나오는데 한 무리의 한국학생들이 매우 반갑게(?)게 길을 물어왔다. 빈사의 사자상 위치와 루체른의 볼거리를 물어보는데 마치 경험이 풍부한 배낭여행족처럼 자세히 알려주었다.(살레에게 감사) 어떤 학생은 계속해서 퐁듀 맛있는곳 아냐고 물어보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데 우리도 배가 좀 고파왔다.

구시가지에서 빈사의 사자상 가는 길 쪽 Lowenplatz 서편에 Coop가 있다. 우리도 루체른을 떠나기 전 장을 봤는데 2층으로 되어있고 우리나라 대형 마트를 생각하면 된다. 3to2핀 아답터를 사려고 했는데 점원 말이 루체른 시내에는 없단다. 표현이 참 재밌더군. ‘시내에 없다’...
호프교회에서는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미사를 보고 있었다. 세례식과 같은 특별한 미사인 듯... 바깥마당에는 어린꼬마 두 명이 놀고 있었는데 어찌나 인형처럼 귀엽던지..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엄숙한 미사는 부조화인 듯 하면서도 어울림이었다.



루체른호수 북쪽 Schweizerhofquai를 따라 호수다리를 건너 다시 역 광장 쪽으로 왔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루체른호수(피어발트슈테터 호수)의 겨울 풍경 중에 참 인상적인 것은 겨울철새들의 모습이다. 혹고니, 홍머리오리, 청둥오리, 댕기흰죽지, 붉은머리갈매기 등의 겨울 철새들이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노닌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신경한 탓인가 새들이 무심한 것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혹여 거의 가금수준으로 텃새와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

-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