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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 미향의 "행복한 스위스 허니문"
■ (2월20일-4일째) 체르맛 : 마테호른 (맑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써부터 마을이 술렁대는 것 같다. 우리 호텔 발코니 앞이 바로 고르너그라트로 가는 역이라서 내다보았더니 벌써부터 스키어들로 분비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1층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부터 먹었다. 우리자리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식당 아주머니는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친절했다. 아침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봉쥬르, 구텐 모르겐하며 서로에게 인사하는 것이 아담한 호텔 크기만큼이나 참 가족적이고 친근했다.
아침을 먹고는 바로 출발했다. 역에 가서 스위스패스를 보여주자 얇은 전화카드 같은 승차권을 끊어주었다. 마그네틱으로 되어있는 승차권이다. 그런데 역 대합실이 스키어들로 가득하다. 이러다가 다음열차 타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뒷줄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키어들처럼 스키가 없는 관계로 자리도 잡을 수 있었다. 다른 스키어들이 스키를 짐칸에 놓느라 정신이 없는 관계로...
GGB 산악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로 향했다. 올라가며 보이는 체르맛의 풍경과 점점 웅장함을 들어내는 마테호른이 우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곳도 겨울 스포츠의 천국이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설원에서 스키며 보드를 즐기는 모습 또한 신나보였다.

열차는 40분여를 올라 고르너그라트에 올랐다. 이곳에서 스토크호른까지 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지만 가지 않고 이곳 전망대에서 마테호른을 즐겼다. 인간의 빛을 피하고 피해 이렇게 높은 산까지 올라온 천문대도 인상적이었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남부 알프스의 장관은 융프라우의 그것과 또 다르게 우리를 제압했다. 융프라우가 여성적이라면 마테호른은 남성적이라고나 할까... 마테호른과 더불어 스위스 최고봉 몬테로자와 은빛 안장 리스캄도 조망할 수 있었다.

이곳에도 블랙버드가 많이 날아 다녔다. 전망대 식당 앞쪽에 깃대마다 앉아있는 녀석들이 우스웠다. 전망대 올라오는 길 절벽 끝에는 산양 한마리가 무심히 무언가를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여기에서 놓아둔 먹이통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아무리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겨우 불러 대서야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있었다.마테호른의 정경에 흠뻑 빠져 있다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다음 계획을 위해서였다.
10분도 내려오지 않아 Rotenboden에 내렸다
우리의 정보에 의하면 이곳에서 눈썰매를 빌려준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스키어들에 조금 치인 우리는 썰매라도 타지 않는다면 무척 우울할 것 같아서였다. 알아본 대로 이곳에서는 썰매를 빌려주고 있었다. 일인당 10Sfr의 저렴한 가격이었다. 다만 우리 패스가 두 번만 오르내릴 수 있는 패스란다.
썰매코스도 다음 역인 Riffelberg까지 천연의 코스로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두 역의 고도차가 해발 200m가 넘으니 우리로 치면 웬만한 스키장 저리가라다. 아무튼 둘 모두 공히 인정하기를 우리의 허니문 중 가장 즐거운 기억이었다.

차림이 방수복도 아니라 옷이 좀 졌긴 했지만 말이다. 그 속도감을 즐기다가 아내는 코스를 넘어 눈에 파묻히기도 했다. 안전하게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어 놓았지만 절벽도 있고 아내가 넘어간 곳은 철도가 지나가는 옆이라 어찌나 아찔했던지... 그래도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한바탕 웃었다. 우리처럼 눈썰매 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헬멧에 보호대까지 하고 타는 것을 보니 우리가 대단해 보였나 보다. 중간에 쉬던 이들이 아내가 코트를 날리며 과속해서 내려가는 것을 보고 ‘우와’하며 엄지손가락을 내보인다.
스키시즌이라 역구간 사이에는 열차가 자주 다닌다. 객차가 한대나 두 대가 붙어있어 장난감처럼 보인다. 다시 열차를 타고 올라가 이번엔 더욱 속도를 내어 붕붕 날라서 눈썰매를 탔다. 두 번으로는 정말 아쉬웠다. 혹시나 한 번 더 될까 해서 올라갔는데 역시나 패스가 먹지 않는다. 아쉬운 대로 썰매를 반납하기 전에 썰매 빌려주는 역장 아저씨한테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하고 Rotenboden을 출발 Zermatt로 향했다. 점점 다가오는 체르맛의 풍경은 그림엽서와 같았다.

썰매를 너무 열심히 타서인지 배가 무척 고팠다. 호텔에서 옷부터 갈아입고 이번엔 해볼 것은 다 해보자는 심상으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먼 곳도 아닌 식당에 가기 위한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였다. 그러나 전기택시를 타보고 싶어서였다. 체르맛은 무공해도시라 가솔린차는 다니지 않는다. 택시며 트럭, 버스까지도 모두 전기로 다닌다. 웬만한 식당이나 호텔은 이런 전기차를 가지고 있는데 장난감처럼 너무 앙증맞다. 그랜드 호텔인가 하는 별 다섯 개 특급호텔에서는 전기차 대신 두 마리 백마가 끄는 멎진 쌍두마차를 운행한다. 말 냄새가 좀 났지만 멋있었다.
우리가 정한 식당은 Vieux Valais, 이곳에 가지고 하니. 잘 모르는 듯 다른 차 기사에게 물어본다. 그러더니 두기사가 와서 서로 데려 가겠다고 난리다. 두 기사양반들 우리로 해서 싸우는 줄 알았다. 아무튼 다른 손님과 합승을 한 덕에 체르맛 거리를 택시로 관광했다. 아저씨가 잘 모르는지 길을 좀 돌아주었다. 참 고마워라. 요금은 거리에 관계없이 10Sfr이다.

Vieux Valais는 아담한 피자집. 우리는 미트 스파게티와 버섯이 들은 파스타를 시켰는데 좀 깊은 맛이 없어서 드렇지 그런대로 맛있었다. 음료까지 43.4Sfr이 나왔다.
점심을 먹고는 체르맛 마을을 돌아다니며 무공해 마을을 즐겼다. 스케이트장도 있었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며 썰매를 타고 있었다. 눈썰매를 너무 열심히 타서 타고 싶었지만 타지는 않았다. 체르맛은 큰 교회에서부터 역까지가 중심거리인데 이거리가 쇼핑하기에 좋은 거리이다.
이 거리에 Coop와 Migros 모두 있다.우리는 그동안 쇼핑을 잘 못한 탓으로 이곳 물가가 좀 비싸다는 사전 정보도 있었지만, 어차피 큰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어서 이곳에서 선물을 샀다. 스위스칼 같은 것은 어디가나 가격이 다 비슷하다. 이름 새겨주는 곳도 있으니 물어보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위스 초콜릿을 살 거라면 Coop에서 사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취리히 공항 면세점에서 똑같은 초콜릿의 가격이 두 배가 비싼 것을 보았다.
역 앞 광장 호프집에는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선채로 술 한 잔에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언어가 된다면 같이 어울려 친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아무튼 우리도 거리를 거닐며 해져가는 체르맛의 마지막 밤을 마음껏 즐겼다.
■ (2월21일-5일째) 체르맛-취리히-북경 향 (맑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취리히로 향해야 했다.
아침식사 후 역시 빵을 조금 챙겨 넣고는 체크아웃을 했다. 정말 멋진 곳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체르맛을 떠났다. 이곳에서 Brig까지 가는 BVZ Zermatt-Bahn은 정말 인상적인 구간이었다. 스위스는 각 철도구간 마다 남다른 맛이 있다. 체르맛을 떠나 성 니크라우스, 스탈덴, 비스프, 브리그까지 가는 구간은 V자 계곡을 따라가는 환상의 코스다. 낮에 이 코스를 올라 체르맛으로 왔다면 더욱 멋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계곡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하며, 점점 멀어져가는 알프스의 눈 덮인 영봉들이 우리의 떠남을 아쉬워하는 듯 했다.

Brig에서는 BVZ역에서 다시 일반 역사로 옮겨 열차를 갈아탔다. Brig에서 Thun까지 가는 구간도 인상적이다. 열차가 높은 산의 중턱을 지나가는데 아래에 펼쳐지는 마을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Goppenstein에서 Kandersteg까지는 긴 터널이 해발 3000m가 넘는 산맥을 관통한다. 거의 15km에 가까운 구간이다. 그리고는 다시 우리가 두 번이나 지나친 툰너호수의 동편이 펼쳐지고 열차는 수도 베른으로 향한다. 점심은 열차에서 간단히 먹고 베른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오후 2시16분에 취리히 공항 역에 도착했다.
이제 정말 서울로 가는구나 생각하니 정말 아쉬웠다.
그러나 우리의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할양인지 북경행 스위스 항공 196편은 중국 사람들로 가득했다. 중국 사람들이 줄서기에 대한 집념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탑승구 개찰을 시작하기도 전에 줄을 서있다. 게다가 이들로 인해서인지, 우리가 보딩패스 체크가 늦어서인지 명색이 허니문인데 자리가 앞뒤자리다 .미리 얘기할 것을 탈 때 보니 그런 것이 아니겠나. 그것도 창가도 아닌 중간자리로... 겨우 옆자리 뚱뚱한 스위스 아저씨의 도움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앉을 수 있었다. 그 아저씨도 친구와 떨어져서 자리를 바꾸는 중이었는데 그 아저씨가 우리가 허니문이라고 양보하라고 또 다른 사람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 아유, 미안해라...
우리는 스위스에서 찍은 사진도 보고, 여행의 즐거웠던 기억도 떠올리며 그리 피곤하지 않게 북경으로 올 수 있었다.
■ (2월22일-도착일) 북경-인천
비행기는 동쪽으로 돌진 날짜를 하나 타고 넘어 하루를 넘기고는 아침 9시 경에 북경에 도착했다.
전쟁은 또 여기서부터... 북경공항의 환승시스템은 정말 국제공항이라 할 수 없이 엉망이었다. 다행이 북경에 내리자 서울행 환승객이란 안내판을 든 공항직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직원의 안내가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서울행 항공편과 잘 연계가 안 되는지 환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입국하고 다시 출국하는 형태였다. 내가 북경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도 ‘아임 인 트랜싯 투 서울’, ‘아임 저스트 패싱 트루’였다. 못 알아들으면 보딩패스 들고 열심히 설명해야 통과.
중국이 인구가 많다더니 북경공항은 우리가 가야할 입구를 잘 찾지 못할 정도로 도깨비 시장이었다. 게다가 입국심사 땐 왜 비자가 없냐고 하고, 출국심사 땐 공항이용로 영수증이 없다고 뭐라 한다. 그럼 또다시 아임 저스트 패싱 트루... 지금에야 모두 재미있는 기억이지만 정말 피곤했다. 게다가 출국 보안 검사대의 검사는 철저했다.(?) 다른 것보다 병류를 모두 잡아낸다. 이미 난 대한항공 부스에서 수하물 탁송할 때 가방하나에 포도주병 3병이 들어있어서 민망하게 짐을 다시 꾸려야 했지만... (갑자기 삑소리 나서 옆으로 엑스레이화면 봤더니 정말 화면은 병 세병을 박스로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방 안에 활명수와 물병이 있었는데 이것도 다 따보고 냄새 맡아보고 한다. 아마도 중국에서 약을 밀반출하는 하는 이들이 많아서 인 듯싶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서울행 대한항공에 탑승해서야 숨을 돌렸다. 그러나 웬걸 탑승객 중 2사람이 출국수속이 늦어져서 출발이 지연 된단다. 그래서 1시간 늦게 출발을 했다. 아내와 서로 얼굴 번갈아보며 참 많이도 웃었다. ‘집에 가기 참 힘들구나' 하며 말이다.
드디어 5시 인천공항 도착.
서울은 우리를 맞이하는 듯, 봄을 재촉하는 듯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더불어) 즐겁고 멋진 허니문이 되게 도와주신 살레와 원종식 대리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