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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스위스 여행, 샬레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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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월) 일곱째날 (인터라켄→융프라우요흐→인터라켄)
흔히들 스위스 여행의 절정이라고 일컫는 융프라우요흐를 향하는 날이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아침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으로 내려 갔다. 식탁마다 TTL 푯말을 붙여 놓고 한국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이렇게 한국의 젊은 학생들에게 산 경험을 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다시 한번 뿌듯했다. 물론 어제 COOP에서 내 앞에 서있던 여학생처럼 계산원의 간단한 영어도 알아 듣지 못한 채 긴 줄을 더 길게 만들던 학생은 여기에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식사를 했다. 일본식 된장국에 삶은 달걀과 다양한 베이컨까지 한 마디로 지금까지의 호텔 조식 중에서 가장 좋은 아침이었다. 잠시 여유를 즐긴 사이 시간이 촉박하게 되었고 다시 오스트 역까지 힘차게(?) 뛰어야만 했다. 융프라우요흐도 사철인지 별도의 티켓을 받아야 했다. 융프라우요흐를 향하는 길도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7일이나 되었으면 지겨울 만도 하련만 초원과 산은 언제 보아도 너무나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기차 칸은 한국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단체 관광을 온 중년 부부들의 외침에 흡사 학창 시절 여행하던 대구에서의 완행열차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친숙함도 느꼈지만 한 두 군데 앉아 있는 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 지 부끄럽기도 했다. 한참을 오르던 열차는 터널로 들어가더니 오랜 시간 땅 속 운행을 계속 했다. 바깥을 보면서 떠들던 사람들은 대부분 잠이 들고 한참이 지나서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했다.


기차가 올라가면서 차창에 서리는 습기와 중간 정차역에서 느끼던 한파를 통해 어느 정도 춥다는 것은 알았지만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리던 순간 느낀 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땅 속에 있는 역인데도 명성에 걸맞게 한기가 깊숙이 느껴졌다. 더욱이 나는 변변찮은 긴 팔이 하나도 없어서 반팔을 입고 여행을 시작해서 남들이 기차를 타면서부터 힐끔거리며 쳐다보고는 했다. 그래도 워낙 추위를 잘 견디는 탓에 스스로는 별로 춥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지만 민호와 본희는 너무 추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잠시 걸어가니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너무 인파가 많은 탓에 거기서도 떨다가 전망대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안의 온기가 너무 아늑하고 따뜻한 게 겨우 평안한 기분을 느끼며 전망대를 둘러보았다. 유리로 둘러싸인 전망대는 식당과 휴게실, 판매점 등 각종 편의시설은 물론 얼음궁전과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 그야말로 종합 관광 센터였다.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간단한 먹을 것을 파는 곳에서는 컵 라면까지 있는데 불행히 전부 팔려서 먹지는 못하고 따뜻한 우유와 빵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식당까지도 사람들로 꽉 차서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의자 하나에 앉아서 불쌍하게 점심을 먹었다.

이제 천천히 둘러보기 위해 먼저 얼음궁전으로 향했다.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서 얼음궁전에 처음 도달한 느낌은 만든 사람에 대한 존경심도 아니고 시설에 대한 감탄도 아닌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창피함이었다. 다들 점퍼에 스웨터까지 온갖 무장을 하고 왔는데 혼자서 눈에 확 띄는 노란색 반팔을 입고 있으니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과감하게 무시하고 즐기기로 하고 얼음궁전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민호는 여기 저기 서있는 곰과 펭귄 등 얼음으로 만들어진 동상들을 보면서 마냥 즐거워했고, 통로에서는 나와 본희 손을 잡고 미끄럼을 타면서 장난을 쳤다. 보통 그냥 한번 둘러보고 나오는 곳을 민호가 애원(? 협박)하는 통에 두 번이나 돌아보고 나와야 했다. 얼음궁전을 나오니 전망대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햇볕에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만년설이 깔려 있는 모습이 환상적이었고 지구상에서 이 높은 곳에 서 있다는 생각에 덜컥 문을 열었다. 얼굴로 밀려오는 무서운 바람에 다시 문을 닫고 말았다. 숨을 한번 가다듬고 민호와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눈을 보고 장난을 치면서 재미있게 노는 듯하더니 너무 추워서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내심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본희가 너무 안돼 보여서 하이킹을 하러 내려가기로 하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


스위스에 오면서 가장 기대가 컸던 부분이 하이킹이었다. 마이언펠트에서 하이디 집까지 조금 걷기는 했지만 제대로 마음 먹고 한 하이킹이 아니라 오늘 하이킹은 어제 저녁부터 호텔의 관광 안내 잡지를 보고 준비를 했다.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 중간 역에서 내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피자를 먹고 푸른 잔디밭에 발을 내딛었다. 식당 종업원 말이 여기서 다음 역까지 걷는 1∼2시간 코스가 가장 아름다운 코스라고 한다. 스위스의 하이킹 코스는 안내가 잘 되어 있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오솔길이 사라지고 목장에서 길이 끊어지고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준비해온 돋보기를 가지고 풀도 보고 곤충도 보면서 민호는 열심히 주특기 공부를 했고 본희랑 나는 잔디밭에 앉아 기차와 방목되는 소, 떨어지는 폭포를 보며 대자연에 푹 파묻혀 버렸다. 보통 10분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고 하던 사람들이 2시간 가까이 걸었는데도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서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자연 속에서 소를 몰고 다니는 목동들이 너무 부러운 하이킹이었다. 물론 이 사람들도 많은 근심과 걱정이 있겠지만 빌딩 숲에서 발버둥치는 도시인들보다는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

내려오는 코스는 올라가는 코스와는 다른 길을 택해서 인터라켄으로 돌아왔다. 코스가 달라서 그런지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풍경에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라켄에 와서는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기 위해서 한국 식당을 찾아 보았다. 서역에서 동역까지 거리를 다녀 보았지만 찾지 못하고 중간에 있는 일식 집에서 엄청 비싼 우동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민호는 어디서 친구를 사귀었는지 공원에서 친구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다녔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패러글라이딩 행렬에 착륙만 하면 쫓아가 구경을 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호텔 근처의 상점에서 빅토리녹스 주방 칼을 하나 사 들고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했다.


7월 23일 (화) 여덟째날 (인터라켄→루체른→취리히)
이제 스위스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고 떠나는 날이다. 일찍 일어나 짐부터 정리를 했다. 이제는 필요 없어진 일회용 용품들을 버리고 혹시 두고 가는 건 없는지 여기저기 주변을 살피고 하면서 어수선하게 준비를 마쳤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침은 든든하게 먹고 루체른을 향했다. 처음 스위스에 왔을 때는 날씨도 음산하고 부슬부슬 비도 오면서 사람을 심란하게 만들더니 막상 가려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오늘이라도 날씨가 좋으니까 다행이라고 자위하며 루체른 행 열차에 올랐다. 루체른을 향해가는 길도 웅장하고 험준한 산들은 아니지만 작은 산들과 초원, 호수가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서 예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루체른은 중세풍의 고풍스러운 도시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도착하자 마자 현대적 감각으로 가득찬 문화 예술의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역 옆에 있는 미술관과 대형 조형물, 그리고 호반에 가득찬 아름다운 요트들을 보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스위스를 만났다. 여유 시간이 많은 날이라 역 앞의 호반에서 노는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그 유명한 카펠교로 걸어갔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서 올라섰다. 다리는 특별히 다른 점은 없고 평범해 보였다. 그냥 지붕이 있는 목조다리라는 점을 빼고는 별다른 흥미거리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다리 안으로 들어서자 지붕에 늘어서 삼각형의 그림과 글씨들이 평범해 보이지 않고 무언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신비스럽게 보였다.


중국 이화원에 있던 통로 지붕의 그림들이 생각나면서 누군가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의미를 부여해서 그런지 다리를 지나가는 동안 발끝에 닿는 나무의 감각이 그렇게 편안할 수 없었다.
카펠교를 지나 거리를 조금 걸어서 라이온상으로 갈 것인지 교통박물관에 갈 것인지 고민에 빠져 버렸다. 유명세를 보면 사자상을 보아야 하는데 여행 가이드 북에서 교통박물관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시설이 많다는 내용을 보고 과감하게 교통박물관행 버스를 탔다. 물론 버스도 스위스패스로 탑승이 가능…. 10분도 채 못 가서 호반의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옆에 있는 건축물이 교통박물관 이었다.

여기서도 스위스패스는 위력을 발휘해서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을 했다. 전시물 들은 차,자전거, 케이블카, 기차 등 운송 수단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중간 중간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탈 것이 나름대로 준비되어 있었다. 전시물 들에 비해서 아주 훌륭한 시설들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민호의 흥미를 끄는 기구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루체른은 뿌듯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편안한 여행을 한 도시였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해서 여행을 마치며 한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행히도 출발했던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좌석이 여유가 있어서 민호와 본희는 누워서 편히 잠이 들었고 난 ‘I’m SAM’을 보면서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되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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