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et Travel

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스위스 여행, 샬레스위스

Home . 게시판 . 베스트여행기

7월 16일 (화) 첫날 (인천→취리히)
드디어 오늘 20일간 준비한 결실을 맺고 한국을 떠나 스위스를 향하는 날이다. 집이 대전이다 보니 13시에 인천에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아침 8시 버스를 예약하고 새벽 6시부터 민호를 깨우고 법석을 떨었다. 혹시 빼놓고 가는 건 없는지 어제 다 싸놓은 가방을 다시 뒤집고 온통 어수선하다. 혼자서는 북미,남미,유럽,호주,동남아,중국 등 여기저기 잘도 돌아 다녔는데, 가족을 데리고 그것도 6살짜리 자식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려서 이번에는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공항 행 버스를 타고 샬레에서 제공한 가이드북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여행을 다니며 너무 많은 고생과 시행착오를 한 탓에 이번만은 같이 다녀올 아내와 자식을 조금이라도 편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주기위해 몇 번을 살펴보았다. 비행기 시간부터 다시 점검하고 전체 일정도 살펴보고 두툼한 스위스 여행 책자에서 방문할 도시의 정보도 살펴보며 머리 속으로 스위스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려보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민호와 본희(아내 이름)는 조용히 잠이 들어 있었다. 공항까지도 장장 3시간의 여행이라 미리 자두는 것도 좋을 듯해 나도 눈을 좀 붙였다. 어느새 버스는 영종도를 향하는 고속도로의 끝 자락에 다다라 있었고, 멀리 인천공항의 모습이 보였다. 민호도 언제 일어 났는지 차창 밖을 내다보고 열심히 공항을 향하는 비행기를 세어가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공항에서 티켓팅을 하고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잠시 쉬는데 친가에 맡기고 온 민규가 내심 마음에 걸렸다. 이번 여행을 위해 겨우 17개월이 된 둘째 아이를 큰 맘 먹고 떨어뜨려 놓은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꼭 같이 다녀오리라 결심을 하고 전화로 미안함을 달랬다. 월드컵이 끝난 지 얼마 안되어서 민호가 공항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수도 치고, “오! 필승 코리아!”를 불러댔다. 지나가던 외국인들도 같이 박수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러주었다. 벌써부터 여행의 징조가 좋게 느껴졌다. 이렇게 편하게 적응을 하며 즐기는 민호를 보니 마음이 너무 흐뭇했다.
출발 시간을 40분 정도 남기고 출국심사를 거쳐 보세구역으로 들어갔다. 원래 여행을 즐겨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기 때문에 본희가 필요한 화장품 몇 가지만 사고 비행기에 올랐다. 의외로 비행기는 좌석에 여유가 많았다.


처음으로 에어버스 기종을 타 보았는데 보잉 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였다. 우리는 중앙의 좌석을 받았는데 4명이 앉을 수 있는 중앙 좌석에 다른 승객이 없어서 편하게 우리 가족만 앉을 수 있었다. 탑승 후 2∼3시간 정도 지나자 식사가 나왔다. 그런데 우리 뒷좌석에 앉은 아이는 어린이용 식사를 먹는 것이 아닌가? 민호가 그걸 보더니 자기도 달라고 졸랐다.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혼자 여행하다 보니 민호 식사를 깜빡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일반 기내식을 시켜서 달래가며 식사를 했다. 의외로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민호가 몇 번의 여행 경험이 있는 본희 보다 더욱 잘 적응을 하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이것저것 만지며 정신없이 떠들던 민호와 조용히 음악을 듣던 본희 모두 깊은 잠에 떨어졌다.민호는 길게 누워서 편안하게 자고 있고 본희도 창가의 빈자리로 자리를 옮겨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다시 한번 여행 책자를 보다 나도 잠을 청했다.

드디어 긴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7시간 늦은 취리히의 현지 시각은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 정도 되는 시각이니 무척이나 피곤했다. 공항을 빠져 나와 첫 숙박지인 Movenpick hotel Regensdorf 셔틀버스를 탔다. 같이 타고 온 대한항공 승무원들도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지 셔틀버스를 함께 타고 호텔로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 묶는 호텔 중 유일한 별4개짜리 호텔이라 비교적 시설도 좋고 깨끗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필요한 물품도 살 겸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을 갔다. 드라이와 캠코더 등 가져온 제품들을 쓰기 위해서는 전기 콘센트가 구멍이 3개인 스위스에 맞는 어댑터를 사야 하기 때문에 가장 싸다고 들은 COOP을 들어갔다. 처음으로 스위스의 물가를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나마 가장 싸다고 하는 전국 체인 매장인데 어댑터 하나에 5천원 가까이 하고 과자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게 비싼 수준이었다. 일단 여행준비를 마치고 호텔에서 첫날 밤을 들뜬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여행 시작이다.


7월 17일 (수) 둘째날 (취리히→마이언펠트→생모리츠)
시차 적응이 덜 되었는지 새벽 4시경에 모두 잠이 깨어버렸다. 민호는 알아 듣지도 못하는 TV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스위스 인들의 기질도 북유럽이나 독일등과 유사한지 TV에서 방송하는 내용이 모두 남성들의 강한 힘자랑 일색이었다. 줄에 매달린 차 끌기, 엄청나게 큰 타이어 굴리기, 무거운 돌을 일정시간 만큼 들고 있기 등등 종류도 참 많았고 경기 결과와 승자에 대한 축하 의식을 자세하게 보여 주었다. 아마 중세시대 정도에 남성으로서는 최고의 미덕인 강한 남성에 대한 전통이 내려오고 있는 듯 했다. 씻고 이야기도 하면서 한참을 방에서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 식계를 보니 이제 겨우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정상 7시 정도에는 취리히 공항역으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식사를 빨리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 입구에 6:30에 오픈한다는 푯말이 붙어 있어서 일단 주변을 산책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기온도 생각보다 엄청 낮게 느껴졌다.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행인도 없고 간간히 개를 데리고 호텔 바로 옆에 있는 공원묘지를 산책하는 사람들만 보였다. 취리히는 독일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민호에게 간단한 인사를 알려주었다. 30여분을 공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민호는 만나는 사람마다 구텐 모르겐을 외쳤고 역시 모두들 아주 귀엽게 민호를 보고 인사를 해주었다. 역시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7시에 호텔 셔틀버스가 공항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한국 관광객도 조금 보였는데 파리와 이태리를 거쳐서 온 모양이다. 식사 중에도 부지런히 파리 야경과 바티칸 시티의 성당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이 한국인들이 우리 여행의 마지막 숙박지인 인터라켄 전까지 볼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인일 줄은 정말 몰랐다.공항 역에서는 할 일이 많았다.


우선 SBB(스위스 국영 철도사) 사무실에서 여행 기간 중에 사용할 철도 티켓도 찾아야 했고, 처음 접해보는 스위스 철도에 대한 불안감도 내심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 행동과 지나가는 기차까지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스위스 철도는 의외로 너무너무 쉽게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일시를 정해서 표를 사전에 구매하고 해당 역에서 개찰을 거쳐 정해진 열차를 반드시 타야 하는데 반해, 스위스는 역이 완전히 오픈이 되어 있고 역에서 일하는 사람은 표 파는 사람 밖에 없었다. 그냥 기차를 타면 차장이 지나가다가 새로 탄 사람이면 표를 보여달라고 하고 내리는 곳에서 알아서 내리면 그만이다. 특히 스위스카드 같은 경우는 해당 일자에 아무 교통수단이나 타도 되기 때문에 여행하기에는 너무 편안하게 되어 있다. 처음에는 좌석을 정하지 않고 타야 하기 때문에 혹시 서서 가는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여행 기간 내내 항상 기차 칸의 반은 비어 있었다.

좌석 예약제를 안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기차역이든지 간에 동일한 형태의 착발시간에 대한 표지판이 있다. 흰색은 도착 열차 시간이고 노란색은 출발 열차 시간이라 노란색 시간표만 보고 다니면 전혀 여행에 불편함이 없다. 시간도 어찌 이렇게 정확하게 출발을 하는지 역에서 방송도 잘 안하고 조용히 왔다가 시간이 되면 그냥 출발을 해버린다. 일정표를 보고 출발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 정해진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플랫폼도 대부분 1,2처럼 숫자로 크게 명시가 되어 있어서 찾기가 정말 수월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당황했던 것은 독일어권은 플랫폼을 Gleis라고 표시하기 때문에 플랫폼이 맞는지 확인하느라 헤맸던 경우다. (남부쪽의 이태리 권에서는 또 다른 말로 표시가 되어있음)

공항 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10여분 가니 취리히 중앙역이 나왔다. 역이 참 고풍스럽고 크다고는 느꼈는데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게 보였다. 우선 가방을 라커에다 넣고 몸을 가볍게 한 다음 역 밖으로 나왔다. (라커는 크기에 따라 2프랑에서 5프랑 정도까지 있었다. 항상 주변에 관리인이 있었고, 잔돈이 없으면 교환할 수 있는 곳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아침에 날씨가 안 좋더니 기어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역 바로 옆에 리마트 강이 흐르고 있고 조금만 내려가면 취리히 호수와 만난다. 이 강을 따라 양 옆으로 취리히 최대 관광 명소인 프라우뮌스터와 그로스뮌스터 성당이 있다. 12시에 하이디의 고향인 마이언펠트로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강변을 따라 내려가면서 2개의 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리마트강은 폭은 좁지만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민호는 강에 있는 오리와 새들이 귀여운지 갈 생각은 않고 계속 과자를 주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번 여행은 목적지를 정하고 꼭 보고가야 겠다는 생각이 없이 가족간의 즐거운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에 한참을 민호와 함께 과자를 주면서 놀았다. 강변에는 레스토랑과 의류 매장이 많이 있었는데, 본희가 옷을 너무 여름옷으로 준비해 긴 팔 티를 하나 구입했다. 물론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비도 오는데 힘도 들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먼저 그로스뮌스터를 찾아 갔다. 예전에 바티칸에서 본 베드로 성당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스위스 최대의 로마네스크 양식 대사원으로서 나름대로의 장엄함은 가지고 있었다. 특히 성당 뒤편의 높은 곳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을 한 여자가 치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하게 느껴졌다. 비가 오는 취리히에 정말 잘 맞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연주를 하는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빨리 나가자는 민호의 집요한 작전도 다 물리치고 한참 동안을 의자에 앉아 감상을 했다.
여전히 밖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도 갈수록 굵은 비로 변해가고 날씨도 무척 쌀쌀한게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누군가 스위스 여행 사이트 게시판에 날씨가 완전히 한여름이라 덥다고 해서 반팔만 가져 왔는데 완전히 낭패였다. 민호도 몸을 떠는 듯 해서 일단 민호가 가고 싶어하는 장난감 박물관을 향해 가면서 옷을 하나 사주기로 했다. 물가도 비싼 나라에서 뜻하지 않게 여행 경비가 더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 작은 옷 가게를 하나 발견하고 본희 마음에 쏙 드는 외투를 하나 살 수 있었다. 지도를 보고 장난감 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인데 큰 길을 제외하고는 골목들이 너무 복잡했다. 그래서 옷 가게 주인한테 물어보니 자기가 취리히에서만 40년이 넘게 살았는데 그런 박물관은 들은 적이 없다고 하는 게 아닌가…!! 이런 비도 오고 민호는 자꾸 빨리 가자고 보채는데 현지인은 들은 적도 없다고 하니 여행 가이드북이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고 해서 민호에게 맛있는 것 먹고 더 좋은 하이디 보러 가자고 열심히 설득을 했다. 다행히 마음을 돌려서 빗속을 뚫고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가 좋은 곳인지 빗속에서 오랫동안 살펴보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은 역 근처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중앙 역 근처로 갔다. 딱 눈에 들어 오는 게 COOP이었다. 원래 편의점인데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소시지와 피자 등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