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et Travel

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스위스 여행, 샬레스위스

Home . 게시판 . 베스트여행기

9월 20일 (목)
새벽 4시 20분쯤에 승무원이 나를 깨웠다. 사실 야간 침대칸으로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라 깊게 잠을 자지 못했는데 그는 잘츠부르크가 얼마 안남았다며 나에게 어제 가져갔던 여권과 스위스 카드, 그리고 티켓을 돌려주었다. 내가 부스럭거리느라 잠이 깬 스위스인에게 "굿바이"를 하고 나는 짐을 꾸려 밖으로 나갔다.

새벽 5시에 도착한 잘츠부르크 역은 황량함 그 자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일단 코인락커에 짐을 정리한후 역에 있는 승객 대기실에 들어가 사람들과 같이 의자에 기대어 잤다. 그것은 마치 노숙자들의 풍경같다고 할까? 하여간 구질구질했다. - -


돈이 갑자기 실링(참고로 1실링은 약 90원이다)으로 바뀌어 약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아침을 먹기 위해 들른 빵가게의 물가는 확실히 스위스보다는 쌌다. 그렇다고 한국과 비슷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해할만한 수준의 물가인 것으로 생각된다. 빵가게는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빵들이 많았고 나는 햄버거 비슷한 빵을 골라 주스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역에 있는 Information Center에서 "사운드 어브 뮤직"투어 티켓을 구입했는데 그게 400실링이었다. 한화로 약 3만6천원! 가이드가 와서 일행을 태우고 미라벨 정원 근처로 데려갔고 거기서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솔직히 "사운드 어브 뮤직"투어는 조금 실망이었다. 물론 교통이 불편한 잘츠카머쿠트 지역을 볼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알차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특히 내 개인적으론 야간열차에서 잠을 잘 못자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더더욱 피곤한 투어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영화속의 멋진 광경들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사운드 어브 뮤직투어를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잘츠부르크 카드"를 사서 구시가를 중심으로 이것저것 구경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230실링인 잘츠부르크 카드가 있으면 웬만한 볼거리가 있는 거의 모든 곳이 그 카드로 입장이 가능하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은 물론 모차르트 박물관까지 카드로 해결이 된다. 트램도 얼마든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사운드 어브 뮤직과 관련된 곳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투어를 끝내고 너무나 아름다운 미라벨 정원이나 구 시가지, 인터넷에서 보았던 게트라이네 거리를 실제로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잘츠부르크 카드를 이용해 들어간 호엔잘츠부르크 성도 나름대로 볼만했다. 거기가 높은 지역이라 성에 가면 잘츠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데 그게 꽤나 멋지다. 잘츠부르크는 중세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어 한국인인 나로서는 정말 이색적인 느낌을 얻을수 있었다. 카피텔 광장인가? 거기서 파는 소시지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천천히 잘츠부르크 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모차르트 박물관에 잠시 들렀는데 잠깐 보고 나올만 하다.

사실 잘츠부르크 거리 전체가 온통 모차르트 일색이라 조금 질리는 감이 없지 않다. 초콜렛에서 팬티까지 모차르트가 빠지는 것이 없었다. 사운드 어브 뮤직 투어에서 4시간을 버리지 않았으면 잘츠부르크 카드를 좀더 요령있게 쓰면서 차분히 이것저것을 보았을텐데 솔직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볼거리가 몰려있는 구시가를 거의 대부분 살핀터라 아쉬운 마음을 다져먹고 역에 가서 짐을 찾았다. 그리고 맥주를 하나 사서 마시면서 기차를 기다렸다. "카이저 맥주"인가? 그게 맛이 괜찮았다.

이번엔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으로 향했다. 빈의 웨스트반호프역에 도착했을때는 9시가 넘었는데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Spittelau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을 찾아갔다. 택시요금은 46실링. 4실링은 팁으로 주었다. Belevue Hotel은 별 4개짜리인데 루체른의 Monopol보다는 다소 수준이 떨어졌다. 시설도 그냥 평범했고 위치가 아주 좋은 편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방에 도착해서는 대충 씻고 잤다. 아마 야간열차의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이리라. 야간열차를 딱 한번 탔는데도 이렇게 피곤하니 유럽여행을 길게 하더라도 야간열차는 그리 권할게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구간별 이동때문에 어쩔수 없는 경우라면 필히 이용을 해야 시간낭비를 줄이겠지만 말이다.

빈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9월 21일 (금)
실제적인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다소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담배를 피우면서 어디부터 갈까 생각을 했다. 역시 "Easy Europe"의 코스가 가장 적당한듯 해서 책과 카메라를 들고 호텔을 나섰다. 이날은 날씨가 좋아 가벼운 남방 차림에 거리를 거닐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계속 가디건을 걸쳐야 할만큼 날씨가 쌀쌀했다.

호텔에서 빈 카드를 210실링에 샀다. 빈 카드는 잘츠부르크 카드와는 달리 볼거리가 있는 곳이 완전무료가 아니라 10~50%까지 할인이 되는 형식이다. 물론 모든 교통은 무료이다. 나는 굳이 빈 카드를 살 이유는 없었으나 그냥 기념으로 샀다. 그런데 막상 구입을 하고보니 플라스틱 카드같은게 아니라 약간 실망을 했다. 그래도 빈에서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빈 카드가 매우 유용하리란 생각이 든다.

트램에서 빈 카드를 개시하고 지하철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지 유럽"에도 나와있지만 빈의 지하철은 매우 엉성해서 누구나 무임승차를 할수 있게 되어 있다. 실제로 나도 하루동안 꽤 많이 지하철과 트램을 탔는데 한번도 검표를 당하지 않았고 또 다른 사람들도 티켓팅을 하는 기계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빈 철도 당국은 시민들에게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만큼 너무나 허술했다. 물론 빈 카드는 처음 개시를 하면 3일동안 유효한 것이라 검표를 하더라도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빈의 지하철이 매우 이용하기가 쉽고 찾아가기가 용이하다는 것이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이었다. 구간별 이동거리도 매우 짧았고 말이다.

처음 도착한 곳은 슈테판 성당, 무척 낡은 이 건물은 압도적인 역사의 무게로 다가왔다. 불에 탄듯 거무스름한게 이상했지만 하여간 볼만하기는 했다. 그걸 좀 보다가 "이지유럽"의 약도를 보고 곧바로 케른트너 거리를 걸었다. 중간에 길거리의 카페에 앉아 비엔나 커피와 딸기아이스크림을 시켜놓고 담배를 피우며 빈 거리의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이지유럽"에 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고 되어 있는데 서빙하는 여자는 분명히 "비엔나 커피를 드릴까요?"라고 말했다. 난 당연히 그거 주세요..그랬다. 어쨌거나 케른트너 거리에서 즐기는 커피한잔의 여유는 정말 기분 째지게 만들었다. 그런 여유와 기분을 그 무엇에 비할수 있으랴?

케른트너 거리에 있는 음반샵에 갔는데 음반가격이 비싸서 구입은 하지 않았다. 보통 한장에 290실링이었는데 한국돈으로 약 27000원. 한국의 CD값이 얼마나 저렴한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유럽에 가서 진귀한 CD를 헌팅하려던 나의 계획은 스위스에 이어 오스트리아에서도 수포로 돌아갔다.

케른트너 거리가 끝나자 곧바로 오페라 극장이 나왔고 이어 호프부르크 왕궁과 국회의사당, 시청사등 볼거리가 줄줄이 나왔다. 빈 역시 볼거리가 특정구역에 집중되어 있어서 돌아다니기에는 좋은 도시였다.

이후 트램을 타고 다시 약간 이동하여 4번 지하철을 타고 쇤부른 궁전으로 향했다. 한때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이 자리한 그곳 역시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중이었다. 나는 빈 카드로 10실링 할인을 받아 그랜드 투어를 했는데 할인된 가격이 125실링이었다. 그래도 막상 들어가본 쇤부른 궁전은 정말 입 딱 벌어지는 돈덩어리와 역사 그 자체였다. 아마 내가 눈으로 본것만 그 값이 수조원은 되지 않을까? 중세 유럽의 황제들이 얼마나 호화스럽게 살았는지 실감이 갔다. 개인적으로 쇤부른 궁전의 티켓만큼은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화찬란함의 극치를 보려면 쇤부른 궁전에 가 보면 될 것이다.

쇤부른에서 꽤나 시간을 보낸후 배가 고파 슬슬 자리를 떴다. 빈에 왔으니 "비엔나 슈니첼"을 먹어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레스토랑 여기저기의 가격을 보러 다니다가 결국 "Easy Europe"에 토막기사로 소개해 놓은 레스토랑을 찾아가기로 했다. 간판이 작아서 약간 찾기가 힘들었는데 "Ottaringer"란 자그만 간판을 단 그곳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보아하니 큰 번화가도 아닌듯 싶었는데 여행객들이나 주민들 사이에 소문이 많이 난 모양이었다. 나는 낯선 사람과 합석을 해야 했고 일단 비엔나 슈니첼과 샐러드, 그리고 맥주를 시켰다. 슈니첼이 68실링, 샐러드가 22실링, 그리고 맥주가 35실링이었다. 책자에 나온 가격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요리되어 나온 슈니첼은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고기가 두개나 나왔다. 나는 먹다 먹다 다 못먹고 결국은 남기고 나왔다. 어지간한 어른이 가도 다 못먹고 나온다는 "이지유럽"의 설명은 사실이었다.

식사후 도나우 타워로 이동했다. 역에서 내려 약간 걸어야 했는데 찾기는 쉬웠지만 여자들은 혼자 가기가 약간 그럴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특히 밤에는 말이다. 그곳으로 찾아가는 길이 조금은 으슥하다고 할까? 여성 여행객들은 가능한 여럿이 함께 가는게 좋을 듯 싶다. 어쨌거나 거기서 빈 카드로 할인을 받아 티켓을 55실링에 구입한후 전망대에 올랐다. 거기서 보는 빈의 야경은 정말 멋졌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
도나우 타워의 레스토랑은 아래쪽과 위쪽 두개가 있는데 모두 360도로 회전을 한다. 위쪽의 좌석이 만땅이라서 나는 아래쪽에 갔는데 맥주와 샐러드를 시켜놓고 천천히 회전하면서 바뀌는 레스토랑의 유리 밖으로 빈의 야경을 감상했다. 신혼부부가 오면 분위기 끝내줄 그런 곳이 아닌가 싶다. 거기는 말이다...

1시간쯤 있다가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가 뭐해 다시 케른트너 거리로 갔다. 그 주위 여기저기를 하염없이 방황하며 빈의, 아니 유럽의 마지막 밤을 달랬다. 잠시후 호프부르크 궁전의 측면인듯 짐작되는 자그만 분수대가 있는 광장에 도착했는데 거기에서는 두명의 길거리 악사가 연주하는 기타를 통해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낯선 빈의 밤거리에 들리는 그 낭만적인 선율은 정말 야릇함 그 자체였다. 나는 벤치에 앉아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각하며 그 낯선, 그렇지만 사색적이고 낭만적인 정취를 즐겼다.

그 순간, 아마도 내 생에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 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그런 기분은 처음이라고 할까? 그렇게...아쉽게....빈의 밤은 저물어 갔다........ 나의 짧은 유럽에서의 시간과 함께.....



-   1.  2.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