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et Travel

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스위스 여행, 샬레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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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일)
전날 저녁에 부랴부랴 선글라스를 만들었다. 어쩐지 그게 없으면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 가보니 실제로 그렇다.) 어쨌거나 꾸려놓은 베낭과 어깨에 매는 작은 보조가방을 들고 인천공항을 향했다. 아시아나 항공 카운터에서 티켓팅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때우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그간 대한항공만 탔는데 아시아나를 타보니 기분이 색달랐다. 스튜어디스들은 대한항공과 거의 용호상박이더군...^^
늘 그렇듯 비행기는 30분쯤 늦게 이륙하여 일본 오사카 공항으로 향했다. 하늘 아래로 예전에 군생활했던 기지가 우연히 보여 마음을 설래이게 했다.


맛있는 기내식과 음료등을 먹으며 어느덧 11시 40분, 일본 오사카 공항에 도착한 아시아나에서 내리니 스위스항공 직원(?)이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취리히 행...."
주변을 보니 나 말고도 여러쌍, 대부분 신혼여행을 가는 한국인 커플들이었다. 혼자 배낭여행을 가는 사람은 나 혼자인듯... 그 여직원을 졸졸 따라가니 곧 스위스 항공을 타는 게이트가 나왔다. 보딩패스를 받고 우리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미 일본인 승객들은 모두 자리를 차지한 후였고 비행기는 한국인들이 합류하자 곧바로 이륙을 했다. 역시 처음 타보는 스위스항공이었는데, 승무원들을 체격을 보고 뽑는듯 모두들 힘이 있어 보였다. 청색에 가까운 시트색깔도 약간은 이색적이었고 무엇보다도 일본인 승무원이 여럿 동승한게 인상적이었다. 일본인들이 그들의 빅 커스터머인 탓이리라.

비행기가 이륙하고 잠시 시간이 지났을까? 승무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였고 뭔가를 쉴새없이 내왔다. 과자, 음료, 식사, 아이스크림.... 스위스 항공은 먹을것으로 승부하는 항공사 같았다. 그러나 그 친절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스위스까지 12시간에 가까운 비행은 지루함을 주었다. 잠도 잘 오지 않았고 게다가 옆자리에는 무뚝뚝한 할아버지가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꿈도 못꿨다. - -  반드시 비행기안에서 읽을만한 책을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난 "체 게바라 평전"이나 "로마인 이야기"를 가져가려다 배낭 무게를 줄이려고 안가져왔는데 매우 후회스러웠다. 영어로 된 "파이낸셜 타임스"는 읽는데 한계가 있었고... 역시 책이 필요하다. 조금 어렵고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 좋을 것이다.

긴 비행후, 드디어 스위스 땅이 보였다. 누가 봐도 스위스인줄 알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아래로 펼쳐졌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스위스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였다. 취리히 공항은 비가 내렸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게 약간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은 SBB를 찾아가야 했다. 거길 찾아가는 것은 문제가 없었는데....어라?
여행사에서 알려준 것과는 달리 SBB는 단 하나였다. 내가 잘못왔나 하고 여기저기 둘러 보았으나 역시 하나였다. 옆에 다른 사무실은 없었다. 일단 같이 온 한국인 커플들은 저마다 티켓을 수령했고 나 역시 호텔 바우쳐와 스위스 카드, 융프라우 티켓을 받았다. 일단 그것을 받고 여직원에게 물었다. "나는 오스트리아 구간의 티켓도 예약했는데 그것도 여기서 받느냐?" 그러자 여직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오스트리아행 티켓 3장을 주었다. 받을 것을 다 수령후 아래로 내려가 기차를 탔다.


물론 그 전에 스위스카드에 날짜를 기입했다. 대충 볼펜으로 날짜를 쓴 후 기차의 2층 흡연석으로 올라가 여유있게 담배를 피웠다.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으며 시설은 한국의 기차에 비해 3배는 좋아 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 칼같이 19시 33분에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호.....대단해... - -;; 얼마후 승무원이 티켓 검사를 했는데 스위스 카드를 보여주었다. 그는 힐끗 보더니 "오케이"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내 앞에 앉은 스위스 학생 둘이 대마초 혹은 그와 비슷한 향 정신성 식물을 종이로 말아 정성스럽게 피우는 모습을 내가 재미있게 쳐다보는 사이 기차는 어느덧 루체른에 도착했다. 도착시간도 정확하게 20시 49분! 오...놀라워라...


기차에서 내려 왼쪽으로 조금 가니 바로 여행사에서 말한 Monopol Hotel이 보였다. 일단 숙소를 확인하고 잠시 그 루체른 역 근처를 구경했는데 밤이라 그런지 이렇다할 것들이 없었다. 역 지하에 있는 Kiosk(이건 스위스 어딜가나 있는 일종의 잡화점이다)에 가보니 온갖 종류의 잡지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특히 각종 엽기적인 Porn(?) 잡지들이 대거 진열되어 있어 여기가 유럽임을 실감케 했다. 과연 좋은 나라야.... - -;;

호텔 옆에 있는 Subway란 샌드위치 가게에서 맥주와 롱 샌드위치를 샀다. 처음 스위스 프랑을 사용했는데 약 13프랑 정도를 달라고 한 것 같다. 롱 샌드위치와 하이네켄 맥주(한국보다 켄의 길이가 길다)에 10400원이면 확실히 스위스의 물가가 비싸긴 비쌌다. 난 후에 다시 이걸 뼈저리게 실감한다.

Monopol 호텔은 굉장히 시설이 좋은 편이었는데 후에 가본 다른 두개의 호텔보다 더 좋았다. 다른 여행자들에게도 Monopol을 추천하고 싶다. 루체른 역 바로 옆에 있어서 이동이 쉽다는 장점도 있는만큼 여러모로 괜찮은 호텔이 아닐까 한다. 스위스에 도착한 첫날은 샌드위치에 맥주를 마시며 그렇게 저물어갔다.


9월 17일 (월)
낯선 곳이라 그런지 아침 7시쯤에 그냥 눈이 떠졌다. 어제 내가 분명 "Wake Up Call"을 해 달라고 했는데 카운터가 날 무시했다. 뭐, 그것만 빼곤 monopol 호텔에 다른 악감정은 없다.

아래로 내려가서 식사를 하는데 난 가능한 이것저것 많이 챙겨서 먹었다. 딱딱한 유럽식 빵이 별로 맛이 없었지만 그외 다른 것들은 좋았다. 나중에 보니 유럽호텔은 어딜가나 아침식사가 그런 식으로 나왔다. 빵, 고기 얇게 자른 것, 우유, 콘프레이크류, 과일....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밖으로 나가자 비가 내렸다. 역시 우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Kiosk에 가서 우산을 샀다. 매우 작은 우산이었는데 33스위스 프랑... 카드로 계산을 하고 우산을 베낭옆에 주렁주렁 달린 끈에 매달았다. 최대한 양손이 자유로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코인락커에 짐을 보관하면 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일단은 루체른 역 앞에 있는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근처에 있는 Rigi산을 오르기 위해서였다. 역시 스위스 카드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날씨가 좋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배 위에서 보는 주변의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뭐랄까....완전 신선놀음하는 기분이랄까...정말 간만에 느껴보는 릴랙스함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자연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배는 피츠나우에 도착했다. 피츠나우에서 Rigi에 오르는 산악열차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선착장 앞에 있는 매표소에 가서 스위스카드가 있다고 말하자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살수 있다고 했다. 29프랑! 나는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고 서둘러 열차에 올랐다.


리기로 오르는 산악열차는 매우 이색적인 무드를 선사했다. 속도도 적당하고 산을 조금씩 따라 올라가는 열차를 타고 있는 기분은 정말 색다른 맛이었다. 스위스에 온게 정말 실감이 난다고 할까?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은 탓인지 산 정상인 Rigi Kulm에 도착했을때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헉..... 떠그랄..... - -;;
스위스는 리기에서의 멋진 장면을 나에게 허락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또 일단 밖에 내린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나를 태우고 올라온 기차는 다시 내려가 버렸는데.. 나는 그것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왜냐하면 다시 피츠나우로 가려면 그 기차가 다시 올라와야 했기 때문이다. Rigi Kulm에서 덜렁 혼자 남겨진 나는 잠시 당황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근처에 줄곧 대기하던 다른 파란 열차를 탔다. 사람은 운전수를 포함해 달랑 4명.... 그런데 그것은 피츠나우와는 정 반대인 Goldau로 가는 것이라 나는 1604m에 있는 Staffel역에서 내려 처음에 타고 왔던 빨간 열차를 기다렸다. 또 다시 이국적인 기분.....정말 그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나 근사했다. 인생에서 정말 특별한 시간이랄까?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신비롭기까지 했다. 주변에는 눈발이 휭휭 날리고 완전히 낯선 곳에서 혼자 서있는 기분…!!


곧 다시 빨간 기차가 도착했고 Rigi Kulm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기차를 기다려 올라탔다. 또 잠시 내려오다 1453m에 있는 Rigi Kaltbad 역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갈아탔다. 아마 날씨가 맑았으면 그냥 걸어 내려와도 되었을텐데 당시 눈 때문에 도보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Weggis에 도착했고 거기서 또한 멋진 사진들을 많이 찍을수 있었다.

유람선으로 다시 루체른역에 내린후 이번에는 루체른 시내를 보러 돌아다녔다. "Easy Europe"이란 책에 나와있는 약도를 보니 뭔가를 찾아가기란 정말 쉬웠다. 다 보지는 않았지만 카펠교, 빈사의 사자상, 호프교회등 주요 볼거리는 다 볼수 있었다. 지금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지만 하여튼 샬레의 소개책자에 첫번째로 소개된 레스토랑에 갔는데 거기서 피자와 맥주, 샐러드를 먹었다. 피자맛은 글쎄...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큰 감동은 주지 못했다. 게다가 메뉴판이 온통 이상한 글(?)이라서 대충 아무거나 시켰더니 나온게 조금 그랬다. - -;; 대충 먹었는데 37프랑.....약 3만원....역시 카드로 계산했다. - -;;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나오면서 중국인 가게에 들려 열쇠고리를 하나 샀는데 그게 또 12프랑...약 1만원.....- -;; 올림픽하는 시드니도 아니고 이거야 원..... 결국 나는 그때부터 측근들에게 줄 선물사는걸 과감히 모두 포기했다. 또한 이렇다하게 구매욕을 자극하는 기념품도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도시 자체는 동화처럼 아름다웠지만 엽서도 조금 그렇고.... 정밀한 것을 잘 만드는 스위스 사람들이 기념품은 그다지 잘 만드는것 같지는 않더라...하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5시 35분에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인데 스위스에 가서 본 풍경중에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사이의 모습들이 가장 아름다웠다. 진짜 그림같다고 할까? 장난감같은 집들이 너무나도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며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말 빈집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확신은 할수 없지만 사람이 사는 증거가 전혀 보이지 않는 집들이 너무나 많았다. 특히 산중턱에 있는 집들은 거의다 빈집들인듯 싶었다. 사람이 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광차원에서 그 집들을 그냥 놔두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사람보기가 힘든 스위스의 집들...정말 지나치게 조용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내려 인터라켄 서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사실 그냥 걸어가도 되는 거리였지만 처음이니까....^^ 그런데 인터라켄 서역에서 내린후 호텔을 찾는데 잠시 애를 먹었다. 지도가 약간 애매모호했던 것이다. 알고보니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다시 인터라켄 동역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호텔 Chalet Oberland가 나왔다. 이건 별 3개짜리.... 근처에 있는 수퍼마켓 Coop에서 맥주와 요구르트, 샌드위치등을 사고나서 체크인을 했다.

이날은 그렇게 끝....
왜 밤에 안돌아다녔냐는 말을 할수도 있는데 가게들이 6시 30분이 넘으면 대부분 문을 닫아 밖에 나와도 볼게 없다. 말 그대로 너무 조용해진다.....그러니 그냥 호텔에서 TV나 보면서 자는수밖에.....죈장....스위스는 너무 조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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