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과 잠시 이야기를 하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먹을꺼리를 찾았다. 레스토랑에서 비싼 가격에
두번이나 데인 탓에 그냥 길거리의 음식을 먹기로 했는데 치킨을 파는 가게가 보여 훈제한 닭 절반을 샀다. 4.9프랑!
또 맥주를 하나 샀는데 그게 3.5프랑!
닭과 맥주를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베른역에서 조금 걸으면 있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점심을 즐겼다. 길거리에서 먹는 치킨과
맥주는 근사했다. 갑자기 시드니의 하버 브리지 밑에서 먹던 치킨과 맥주가 생각나기도 했다. 하여간 자유스러운 기분이었고 근처
여기저기서 뭔가로 식사를 해결하는 베낭족들이 묘한 동질감을 주었다. 닭을 먹는데 계속 벌이 윙윙대서 성가시긴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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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을 뒤로하고 다시 취리히행 기차를 탔다. 취리히까지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베른에서 취리히간의 풍경들이 가장 멋이 없었다. 역시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구간의 창밖
풍경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취리히의 코인락커는 5프랑이었는데 어찌되었건 짐을 맡겼다. 몸이 자유로워지자 잠시 취리히 중앙역을 살폈는데
기념품을 하나 살까 하고 근처 기념품가게에 갔다. 이것저것 고르다가 좀더 둘러보기로 하고 헤비메틀 잡지가
싸길래 한권 샀다. 물론 독일어였고 사진을 보기 위해서 산 것이다. 그게 4.9프랑!
취리히에서 꽤나 유명한 건물인 그로스 뮌스터나 프라우 뮌스터같은 교회들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다가 도착한
곳이 취리히 호수! 스위스 카드를 이용해 다시 유람선에 올랐다. 스위스 카드의 수명이 얼마 안남았으니 최대한
울궈 먹어야 할게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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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에서 탄 유람선만큼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취리히 호수의 유람선도 나름대로 멋은 있었다. 다만 이게 스위스의 마지막 여유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착잡해졌다. 샌드위치와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음료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코인락커에서 짐을 찾은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가는 야간열차에 올랐다. 칸 하나에 침대 4개가 있는 쿠셋이었는데 오스트리아인 1명, 스위스인 2명이 나를 반겼다.
승무원은 여권과 기차표를 요구했고 특히 나에게는 할인 티켓에 대한 증거로 스위스카드까지 요구했다. 스위스 카드는 여기까지 필요하구만.
스위스를 떠난다고 스위스 카드를 버리면 안되는 것이었다.
우연히 같은 칸을 타게된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특히 오스트리아 친구는 매우 인상적인 말을 했다. 정작 오스트리아인인
자기들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엉뚱하게 다른나라 사람들이 그거에 열광해 잘츠부르크를
간다고 말이다. 자기가 여행하면서 "사운드 어브 뮤직"때문에 잘츠부르크를 간다는 말을 1000번도 넘게 들었다며
엄살을 떨었다. 죈장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그런게 헐리우드 영화의 힘이란 말이다...
오스트리아 넘은 대학원 조교였고 스위스인 두명은 경영대 학생들이었는데 특히 스위스인중 한명은 매우 이지적이었다. 마치 브루스
윌리스를 닮았는데, 그 역시 스위스의 물가가 비싸 아직 융프라우를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또 물론 그 역시 "사운드
어브 뮤직"이란 영화는 들어본적도 없다고 했다. 역시 충실한 할리우드의 고객들인 한국인들이나 열광하는 것인가? 그래도
그의 말중 가장 부러운 것은 2%가 안된다는 스위스의 실업률... 스위스 대학생들은 취업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스위스 인의 가장 큰 무기는 "Thinking"이라고 말해 잠시 나의 기를 죽이기도 했다. 한국인은 "무대뽀"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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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갔고 우리는 하나둘 잠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