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 4월이 힘들어, 힘내서 열심히 일하고 방학때 휴가를 이용하여 지친 심신의 재충전을 위하여 열심히 일한 나, 떠나기 위해 일찌감치 또한번 샬레트래블 앤 라이프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3년전 처음 알게된 샬레트래블은 패키지 버스타고 바쁘게 따라 다니기는 싫고 내가 힘들게 여행일정을 짜지 않아도 쉽게 여행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나의 여행 파트너가 되어주어 벌써 세번째 애용하게 된 곳이기도 하다.

1999년 '두브로브니크는 그날도 눈부셨다.' 라는 책을 읽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를 20년이 다 된 지금에야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 3년전 어느 예능에서 꽃누나들이 그 나라로 떠났을 때 나혼자만 알고 있었던 비밀을 들켜버린듯 이제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또 많이 가겠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이미 그 나라는 세계적인 휴양지, 관광지였었던 것 같다.

막상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35도 이상 불볕더위와 아드리아해의 따가운 태양과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글을 쓰는 지금, 프랑크프루트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7시간 정도 기다리는 이 시간 느낌일 뿐 아마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는 그때의 푹푹 찌는 듯한 태양의 열기도 그 많은 사람 조차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 분명함을 알기에 다음에 또 여행가방을 꾸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돌라치 시장의 활기 넘침과 무화과의 달콤함이 아스라히 남아있는 자그레브. 

숲속 요정이 나올듯한 에메랄드빛 호수의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라벤더 오일을 팔던 크로아티아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가 생각나는 한가롭고 작은 마을 라스토케


자다르의 반질반질한 대리석 바닥 골목길, 바다 아래로 사라지던 붉고 동그란 석양, 오묘한 바다 오르간 소리.


스플릿에 도착하면서부터 차창밖으로 펼쳐진 거대한 석회암 산은 또한번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든다.


좁은 종탑을 겨우 올라 바라본 토르기르, 커피 한 잔 마시며 마요르 언덕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스플릿 전망,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에 올라 바라본 아드리아해 위의 두브로브니크 구시사지 모두 나의 눈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인다.





두브로브니크 성벽을 거닐면서 볼 수 있는 아드리아해와 구시가지들은 언젠가 또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비록 서유럽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정교함과 웅장함을 지니고 있는 구시가지들의 성당들도 아드리아해와 더불어 크로아티아를 빛내주기에 충분하다.


유고내전때 문화유적을 지켜내기 위한 그 나라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스플릿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렌트카 차 안에서 해안도로를 달리며 아드리아해를 감상하라고 강요하는 다정도 병인 남편과 종이지도로 햇빛 들어오는 차창을 가리고 아늑하게 있고 싶다고 떼쓰던 한창 감수성 예민해지는 12살 딸아이의 사소한 다툼으로 4시간 냉랭한 기운이 감돈채 아드리아 해안 도로를 달렸던 일 또한 지금은 추억이 되었다. 8박10일 눈뜨고 있는 시간 동안 서로 붙어서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는 못하지만 서로의 기분들을 조금씩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방법을 배울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씨 둘이와 안씨의 가족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이제 나는 드디어 비행기에 오른다.